“브랜드를 띄워라.”

디지털가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전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회사 이름 대신 제품 브랜드를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가전업체들이 브랜드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회사 이름이 전통 아날로그 가전제품 이미지와 연결돼있어, 첨단 고급제품을 표현할 수 있는 새 이미지를 심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업체들의 조사 결과, 파브는 알아도 파브가 삼성전자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것은 모르고, 디오스는 알아도 디오스가 엘지전자 제품이라는 것은 모르는 소비자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마케팅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만도공조의 김치냉장고 `딤채'가 꼽힌다. 만도는 자동차용 에어컨 전문업체로, 제품엔 자신 있었지만 자동차부품업체 이미지로 새 시장에 도전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각종 광고에서 딤채만 내세우고 회사명은 빼거나 뒷전으로 밀어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이제 김치냉장고 하면 대다수가 딤채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삼성전자 역시 1990년대 후반 양문형 냉장고 `지펠'을 처음 출시하며, 회사명을 철저히 숨기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 양문형 냉장고 국내시장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월풀 등이 휩쓸고 있던 시절이어서 외국산처럼 보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펠은 급속하게 외국산을 대체하기 시작해, 지금은 외국산을 퇴출위기에까지 몰아넣고 있다. 삼성은 디지털레비전의 경우에도 기존 아날로그 제품인 `명품' 시리즈와 차별화하기 위해 `파브'라는 브랜드를 도입했다.

엘지전자는 디지털 텔레비전은 `엑스캔버스', 에어컨은 `휘센', 양문형 냉장고는 `디오스', 세탁기는 `트롬' 등 품목별로 별도의 브랜드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11월24일이 김장김치 담그기에 가장 좋다는 통계자료에서 착안해 만든 김치냉장고 브랜드 `1124'는 김치냉장고 후발주자인 엘지전자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도 부가가치가 낮은 백색가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텔레비전 등 고급 영상제품의 브랜드를 `써머스'로 통일했다.

<한겨레>